빅버드의 기억/2008 2

081205 수원 블루윙즈 챔피언결정전 1차전(2)

기억이 너무 오래되어서, 그 날의 풍경이 다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표를 사줄테니 같이 가자고 얘기했던 그 선배를 따라서 얼레벌레 경기장에 들어갔는데, 경기 시작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들어갔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일단 앞쪽에 스컬크루가 자리를 하고 있었고(나중에야 그 그룹이 스컬크루인 것을 알았다.), 카드섹션 종이도 들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축구 수도 수원'이라는 카드 섹션이었고, 내가 있었던 자리는 '구'와 '수' 어디쯤이었다. 처음으로 K리그 경기를 보러갔음에도 이상하리만치 이 날은 선수들에 대한 기억이 없다. 곽희주가 동점골을 넣는 장면은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이 날 내 기억에 강렬히 남은 서포터들의 응원이었다. 가사를 잘 모르면서도 가열차게 따라 부를 수 밖에 없었던 패륜송, 넘실대던 ..

081205 수원 블루윙즈 챔피언결정전 1차전(1)

어떤 특정한 축구팀을 응원하게 된다는 것은 여러 계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유럽처럼 '내가 이 도시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 도시의 팀을 응원한다.'가 되겠지만, 그건 유럽 사람들에게 축구가 가지는 의미가 다르고, 또 그만큼 프로축구 역사가 길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축구 역사가 길지도 않고, 또 사실 축구가 그 정도까지 삶에 깊이 있지도 않아서 아무래도 그 도시 태생이라 그 팀을 응원하다는 개념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차라리 고교 야구의 명맥을 이은 프로 야구가 오히려 우리에겐 유럽 축구팀 같은 의미일 것이다. 2008년 즈음에 나는 한창 내가 응원할 '우리나라' 축구팀을 찾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본다는 것은 K리그보다는 해외축구를 의미했고, 나 역시 해외..